내가 처음 인공지능 분야에 입문했던 건 2019년 가을이었다.
첫 수업을 맡았던 강사님은 인공지능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기계를 인간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모든 기술의 통칭"
그 때는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넘기고 말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저 정의는 공학적인 설명을 배제하고 최대한 핵심을 담으려고 노력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인간이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가리키고 있기도 하다.
생활코딩 가라사대, 공학자들은 작가가 상상한 것들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SF문학의 거장이자 로봇 3원칙을 만들어낸 아이작 아시모프를 필두로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를 상상한 작가들은 무수히 많았고, 그 덕분에 나같은 어린애들은 일찍부터 인공지능에 접할 수 있었다. 소설로, 영화로 애들은 인간이 만든 기계가 거의 완벽히 인간처럼 행동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 당시 내게 인공지능이란,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봇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아이, 로봇I, Robot』의 공동 주인공 써니가 그 대표격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로봇과 인공지능은 별개의 영역일 것이다. 연관되는 부분은 있어도 같다고 보긴 어렵다. 알파고가 멋들어진 인간형 몸(로봇)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서 인공지능이 아닌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중요한 것은 기계가 특정한 상황에서 인간이 납득할 수 있는, 공감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이다. 그리고 그 결정을 내리는 메커니즘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더 인간이 내릴 법한 선택과 결과를 계속 내도록 만들 수 있을까?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게 만들려고 기계를 사용하는 것 아닌가?
왜 굳이 인간처럼 생각하게 만들어야 하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지금까지보다 더 복잡한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고 싶기 때문이다. 단순 노동이나 반복 작업에서뿐만이 아니라, 실제 인간의 이해능력과 사고력이 필요한 분야까지 자동화를 하고 싶은 것이다. 이것은 과거의 기계가 감히 손을 댈 수 없는 영역이다.
현대의 인공지능 연구는 이러한 수많은 조건, 상황의 변수를 고려하여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의 두뇌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 어떻게 상황을 이해하고 인식하며, 어떠한 사고를 거쳐 어떤 기준을 들어 판단을 내리는지를 알아야 함은 물론이다.
결국 인공지능이라는 것은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인간이 최고의 도구를 개발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이겠지만, 그뿐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다소 낭만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신'이라는 개념이 생겨난 이래 인간의 꿈은 늘 '신'의 권위를 빼앗는 것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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