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첫 미국 여행 도전기
쓰겠다 쓰겠다 해놓고 이제야 글을 올리게 되네요(머쓱).
딱 30일 전에 올렸으면 카운트다운 세는 것 같고 좋았을 텐데 싶습니다.
쪼금 아쉽지만 어쨌든 썼고 올렸다! 장하다 내 자신!
이 글은 제가 PyCon US 2024에 어떻게 참가하고 준비했는지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해본 것입니다.
이전에 올렸던 PyCon KR 자원봉사자 참여 후기 말미에 내년 PyCon US에 참여하겠다는 예고를 때렸었는데, 진심 200%로 한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헐레벌떡 출국 준비를 하는 중이네요. 장하다 내 자신222
그래서 PyCon US가 뭔데요?
위의 설명에서 나오듯이 PyCon은 여러 국가에서 개최되고 있지만(보통 개최되는 국가의 코드가 PyCon 뒤에 붙습니다! ex. PyCon KR, PyCon JP 등)
공식 PyCon이자 PyCon 중의 PyCon이라고 불리는 행사는 첫 행사가 개최된 미국에서 열리는 PyCon US입니다.
공식적인 일정만 9일로, 일반적인 컨퍼런스 일정보다 훨씬 길게 진행됩니다.
PyCon KR은 3일이었던 걸 생각하면 무려 3배군요! 덜덜
큰 행사인 만큼 그 안에서 열리는 이벤트나 부대행사들도 많은데요.
특히 재미있는 행사는 PyLadies Auction입니다.
PyLadies는 파이썬을 사용하는 여성개발자들을 지원 및 후원하는 단체인데요,
PyCon US가 열릴 때마다 옥션을 열어 후원금을 모읍니다.
출품되는 물건들은 행사가 행사이니만큼 파이썬과 관련이 있는 것들이예요.
파이썬 개발 관련 책들은 물론이고 파이썬 로고 색깔을 입힌 기타나 그림, 펜, 퍼즐 등 나올 수 있는 물건들은 다 나온다고 하네요.
작년에 다녀오신 분들이 정말 재미있었다고 해서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개발자 스프린트(주 목적은 이거!)나 교육 서밋, 라이트닝 토크 등 다양한 행사들이 많이 열립니다.
밑에서 설명하겠지만 처음 등록할 때 오픈되지 않는 행사들도 있어서 수시로 홈페이지나 트위터를 눈팅해야 합니다.
이거 아무것도 모르는 뉴비한테는 너무 벽이 높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는데 행사의 목적 중 하나가 더 많은 파이썬 사용자들을 육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행사에 처음 참여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오리엔테이션이나 이벤트(Newcomer Orientation, Mentored Sprints for Diverse Beginner 등)도 많답니다. 저같은 뉴비는 감사하게 숟가락을 얹으면 됩니다ㅎ
동료 모으기
앞서 설명한 이유로 PyCon US는 업무에 파이썬을 쓰고 있거나 파이썬에 관심이 좀 있다는 분들이라면 어? 좀 솔깃한데? 가볼까? 하기 충분한 행사입니다. 물론 태평양이라는 광활한 바다를 건너야 한다는 물리적 한계가 있지만.....있지만.....이럴 때 물을 안 건너면 언제 건너!!!(급발진)하는 분들이라면 환영합니다. 그게 바로 접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냥 여행으로 가기에는 부담이 크기도 했고, 뭐 하나 안 걸리나?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타이밍 좋게(?) 이런 행사를 알게 되어 이건 기회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냥 여행도 좋지만 뭔가 성장 포인트가 될 만한 게 있으면 좋겠어! 이왕이면 영어도 많이많이 써 보고 싶어!(이걸로 화상영어 시작함)
그렇게 혼자 비장하게 첫 미국 여행을 결심했지만, 처음부터 난관이 적지가 않았습니다.
일단 문제는 한 번도 동아시아권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는 것.
미국 미국 말로만 들어봤지 실제로 뭘 준비해서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PyCon US 자체에 대해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
물론 홈페이지가 열릴 때부터 틈만 나면 들어가서 눈팅하고 있었지만, 제가 알아낼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등록은 어떻게 하면 되겠지만, 재정 지원도 신청해야 하고, 행사에 어떤 이벤트를 어떻게 참여하면 좋은지, 꼭 봐야 하는 건 뭐가 있을지 등등에 대한 정보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사실 당연함 가본 적이 없는데...)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한다?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빠르게 도움을 요청한다.
저는 우선 PyCon KR 자원봉사자로 참여했을 때 뵈었던 오늘코드의 박조은 님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조은님은 감사하게도 PSF(Python Software Foundation, 파이썬 소프트웨어 재단)에 Director로 계신 권한님께 연결해주셨고,
권한님과의 커피챗을 통해 재정 지원 신청 방법 등 PyCon US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얘기하다가 저처럼 PyCon US에 참여하려고 하는 분들이 또 계시다는 말씀을 듣고
마침 혼자 가는 미국행이 두려웠던 저는(쫄) PyCon US 원정대 카톡방 파주시면 안되냐는 요청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PyCon US 원정대 결성!
이미 여러 번 참여하신 분들도 계셨고 저처럼 이번이 처음인 분도 계셨지만
호텔비 + 입장권 + 기타 경비가 여러 모로 부담이기 때문에 다들 재정 지원을 준비하고 계시더라고요.
이게 다 미국이 저 멀리 물건너에 있는 탓
등록하기
등록은 별 거 없습니다!
위에 나온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하고 계정 만든 후에 registration 버튼 눌러서 등록하면 끗
행사에서 매고 다닐 이름표에 들어갈 문구 선정이나, 기념 티셔츠 구매도 여기서 진행됩니다.
행사 이벤트에 대한 선택 항목도 있는데, 개발자 스프린트 며칠이나 참여할 건지 따로 신청이 필요한 이벤트 참여할 건지도 물어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던 Pyladies 옥션이나 PSF 사람들과의 점심 식사 등 여러 이벤트를 신청할 수 있어요.
여기서 주의!
등록했으니 됐겠지 하고 룰루랄라하는 게 아니라 수시로 홈페이지를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왜냐면 처음부터 모든 이벤트가 신청을 받는 게 아니라서 나중에 신청이 열리는 이벤트도 꽤 있거든요.
이건 자주 들어오는 사람이나 트위터 알람 신청한 사람이 아니면 모르기 때문에, 아차 하는 사이에 관심가는 이벤트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ex. Mentored Sprint)
재정 지원 신청하기
그럼 앞에서도 계속 나왔던 재정 지원이란 무엇이냐?
PyCon US에서는 오프라인 및 온라인 참여자들 중 일부를 선발해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는데, 이걸 Travel Grant(재정 지원)라고 합니다.
PyCon KR을 비롯한 다른 파이콘 행사에도 있는 제도입니다.
지원 상한선은 최대 $2000(한화 기준 278만원 정도)입니다만,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더 많이 받을 수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생각보다 지원 범위의 폭이 넓은 편인데 아래 중 하나에 해당되는 부분은 다 지원해주더라고요.
- 숙박비
- 항공료(행사장이 있는 도시가 출발 혹은 도착지여야 함!)
- 그외 교통비(버스, 택시 등)
- 식비
- 비자/ESTA 신청 비용
한국에서 미국 왕복 비행기표만 200을 넘는 게 대부분이니(다구간인 경우는 더더욱) 신청해서 되기만 한다면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당연하지만 적지 않은 금액을 지원해주는 만큼 여러가지 써야 할 정보들이 많습니다.
국적, 첫 PyCon US에 참여하는 것인지 여부는 기본이고, 얼마나 지원받기를 원하는지, 그 이유는 뭔지를 세세하게 물어봅니다.
특히 중요한 건 아래 세 가지 항목인데요.
- Travel Plans(구체적인 여행 계획)
- Profession(경력, 업무 관련 경험 & 참가 목적)
- Involvement(타 행사 참여 경험 및 커뮤니티 기여 경험)
당연하지만 돈이 오가는 문제인 만큼 구체적일수록 유리하고, 상세할수록 선정에 도움이 됩니다.
어떤 회사에 어떤 포지션으로 근무하고 있는지(회사 이름 빼놓지 않도록), PyCon과 연관이 있는 행사들(PyCon KR, APEC나 Pyladies 등)에 참여한 적이 있다면 강하게 어필하는 게 좋습니다. 발표까지 한 적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발표를 했는지도 자세하게 적기!(담당자가 보기에 모호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심사 기간에 더 구체적으로 쓰라고 메일 옵니다)
제가 이걸 강조하는 이유는 제가 저걸 제대로 못 한 것 같아서입니다(울음)
아시아권에서 물건너 오는 사례는 그렇게 많지 않았고, 첫 참여라면 대부분 지원받는다고 들었어서 좀 가볍게 생각한 감이 있었나 봅니다.
흑흑 PyCon US 2025 도전하실 분들이 있다면 꼭 참고해주세요ㅠ
그리고 무조건!!! 빨리 제출하기!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고 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아예 신청을 못할 수가 있으므로 그냥 빨리 내고 수정하는 게 낫습니다.
제출하더라도 내용 수정은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내고, 신청 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열심히 업데이트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당연하지만 신청서는 100% 영어이고 영어로 작성하셔야 합니다(고맙다 ChatGPT)
우여곡절 끝에 어떻게 신청을 하고 나면, 열흘 정도 심사가 진행되고 홈페이지에 결과가 발표됩니다.
메일로도 결과가 오는데, 온라인 티켓을 주겠다 어쩌구 저쩌구 써 있다면 망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발표 후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대시보드에서 재정지원 수락/거절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데, [수락] 버튼 눌렀을 때 $0가 뜬다면 확실하게 망한 겁니다(ㅠㅠ)
이렇게 되면 으앙 난 망했어 좌절하게 되는데, 사실 조금이라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최후의 기회가 두 번 더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의 제기입니다.
꼭 못 받은 사람들만 하는 건 아니고 말 그대로 신청한 금액보다 적게 받았다거나 하는 분들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이의가 타당하면 요청이 받아들여지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지원금이 더 깎이거나, 아예 못 받을 수도 있다(.....)는 걸 명시해둬서 지레 겁을 먹고 신청하기가 힘들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실제로 이미 재정 지원 대상이 확정된 후에는 이의 제기를 하더라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요).
두 번째는 메일을 통한 티켓 교환 요청입니다.
PyCon US 2024 블로그에 보면 온라인 티켓을 오프라인 티켓과 교환할 수 있다는 내용의 포스팅이 있었는데요,
이걸 근거로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서 나 온라인 티켓 지원받았는데 오프라인 티켓과 교환해달라고 하는 겁니다.
이 방법을 쓰면 항공료나 숙박비는 지원받지 못하더라도 입장권 비용은 건질 수 있습니다.
처음의 재정 지원을 생각하면 너무 작고 귀여운 지원 아니냐고(사실 맞음) 할 수 있겠지만,
보시다시피 입장권 비용도 만만치 않으므로 진짜 망하면 이거라도....! 이거라도 하게 됩니다.
저같은 경우는 얼리버드로 등록을 했기 때문에 옵션을 제외하고 $350으로 입장권을 샀었고, 딱 이 금액만큼 환불받았습니다.
지금은 이거라도 받아서 다행이다 싶네요.
항공편 & 숙소 잡기
이제 등록도 했고 지원도 받았겠다, 항공권과 숙소를 고민해야 합니다.
재정 지원을 받은 분들 같은 경우는 지원 항공료에 조건(출발지나 도착지가 피츠버그)이 붙어 있기 때문에 일정을 잘 조정하셔야 합니다.
저는 해당사항이 없기 때문에 수월하게 슉슉 구매를 했습니다.
통상적으로 3개월 전이 가장 싼 항공권을 잡을 수 있는 때라고 하는데, 그것도 시기를 타는 것 같더라고요.
시간을 잘못 알고 3월 비행기를 예매했던 적이 있었는데, 동일한 다구간 일정이었는데도 믿을 수 없는 가격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일단 눈팅을 자주 해서 싸다 싶을 때 잡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요. 바닥이 안 되면 무릎에서라도 잡아야....
아, 그리고 한 가지!
이번에 PyCon US가 열리는 피츠버그는 직항 비행기가 없는 도시라 반드시 경유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도시에 가게 되면 경유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야만 되겠더라고요. 왜냐면 입국심사가 그 경유 공항에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원정대 팀원 분들 왈, 빨리 끝나면 상관없겠지만 그래도 2~3시간 이상 넉넉히 경유시간이 확보된 티켓을 구매하는 게 좋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숙소 같은 경우 행사 등록을 마치면 PyCon US 홈페이지에서 행사장 근처에서 할인되는 호텔 리스트를 줍니다.
그 중에서 선택해도 되고 에어비앤비나 다른 숙소를 이용해도 무방합니다. 같이 가는 분이 있다면 쉐어해서 숙박비를 아낄 수 있겠죠?
항상 그렇지만 좋은 곳들부터 빠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할인 적용되는 호텔을 잡으실 거라면 빠르게 예약을 걸어두시는 게 좋습니다.
예약 수정 가능하고, 바로 돈이 빠져나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편하게 하시면 되어요.
가능하면 호텔스닷컴이나 여러 숙박 예약 사이트를 둘러보시고, 평점이 좋은 곳을 빠르게 골라잡으시길 바랍니다!
기타 준비
휴 이제 좀 쉬겠네 할 즈음이면 이미 행사가 두 달밖에 안 남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아니 벌써?
거기에 ESTA 신청이나 기타 서류 준비, 추가 여행 일정 짜기, 경비 환전 등으로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출국 일자가 당장 내일이되 가야만되...
저는 트렁크 바퀴가 다 깨져서 도저히 쓸 수가 없는 상황이었던지라 트렁크 바퀴를 갈았습니다.
트렁크 바퀴는 생각보다 쉽게 갈 수가 있더라고요. 필요한 것은 드라이버와 꺾이지 않는 마음!
https://youtu.be/xY0ko_yrP7Y?si=ku4TSpAqEMRTwb9P
ESTA 신청은 다행히 여기저기 자료가 많아서 어찌어찌 했는데 이름 틀리기라도 할까봐 몇 번이고 확인했던 기억이 나네요.
입국 심사는 좀 걱정되긴 하는데 지금은 어떻게든 되겠지 뭐 하는 생각입니다. 왜냐면.....어차피 2주밖에 안 남았으니까.....!
언젠가는 갈것이다 반드시 미국 하긴 했는데 진짜 가려고 준비하고 있으니 얼떨떨하네요.
걱정도 많고 생각도 많아서 무사히만 다녀오게 해주세요 이러고 있는 중인데 화상영어 튜터가 넌 백퍼 잘 즐기다 올 거니까 걱정마라 해서 용기가 좀 났습니다. 그래도 맥북은 지켜야만되 폰도 지켜야만되....
저같은 분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최대한 자세하게 써보려고는 했는데, 그래도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이 글을 본 원정대 분들이 정정해 주실 테니 저는 스리슬쩍 추가만 하겠습니다.
미리 감사합니다 원정대 분들 여러분이야말로 진정한 스피드웨건....!
PyCon US 참가하기 시리즈는 계속해서 올라올 예정입니다:)
원래는 호텔까지만 무사히 가게 해주세요 했는데 미국 경유할 때 헤매는 영상 보고 도착만 제대로 하게 해주세요 되는 중
p.s.
PyCon KR 2024도 일정이 잡혔네요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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